떠나는 날을 고르다, 가도데

헤이안 시대 사람들은 먼 길을 떠나기 전, 좋은 날을 골라 가까운 곳으로 먼저 옮겨 갔습니다. 이것을 가도데(門出)라고 합니다. 『도사 일기』와 『사라시나 일기』는 모두 이 가도데 장면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열세 살 소녀가 집을 떠나던 저녁

『사라시나 일기(更級日記)』의 글쓴이는 아버지의 임지인 가즈사(지금의 지바현)에서 자랐습니다. 이야기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교토에 가고 싶어 하던 소녀는, 열세 살이 되던 해 마침내 길을 떠납니다.

「九月三日門出して、いまたちといふ所に移る」
9월 3일에 가도데를 하여, 이마타치라는 곳으로 옮긴다.

여러 해 놀며 지내던 집은 떠날 준비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게 뜯겨 있었습니다. 해 질 무렵, 안개가 쓸쓸하게 낀 가운데 수레에 오르며 집 쪽을 돌아보니, 사람들 몰래 절을 올리던 약사불이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소녀는 그것을 두고 가는 것이 슬퍼 남몰래 울었다고 적었습니다.

떠나는데, 왜 가까운 곳으로 옮길까

이 장면에서 일행은 교토를 향해 곧장 떠나지 않습니다. 먼저 "이마타치"라는 가까운 곳으로 옮깁니다. 이것이 가도데(門出, かどで)입니다.

가도데는 그냥 "집을 나선다"는 뜻으로도 쓰였지만, 사전은 따로 이런 뜻을 적어 둡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좋은 날을 골라 임시로 집을 나와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것."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의 조사 기록도 가도데가 "여행을 떠날 때 좋은 날과 좋은 방향을 골라 임시로 출발하는 풍습"을 가리키기도 한다고 답하고, 옛말 사전의 풀이를 인용합니다. 좋은 날을 골라 좋은 방향으로 일단 출발하는 의식을 치르고, 거기서 다시 실제로 길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 먼 길은 준비도 길고, 떠나는 날을 마음대로 고르기 어렵습니다.
  • 그래서 좋은 날에 맞춰 "집을 나서는 일"만 먼저 해 두었습니다.
  • 실제 여행은 옮겨 간 곳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밤 여덟 시에 떠난 사람

기노 쓰라유키가 쓴 『도사 일기(土佐日記)』도 가도데로 시작합니다. 도사(지금의 고치현)의 지방관 임기를 마치고 교토로 돌아가는 뱃길의 기록입니다.

「それの年の十二月の二十日あまり一日の日の戌の刻に、門出す」
그해 12월 21일, 술시(밤 여덟 시 무렵)에 가도데를 한다.

일을 모두 넘겨주고, 살던 관사를 나와 배를 탈 곳으로 옮겨 갑니다. 날짜뿐 아니라 시각까지 적어 둔 것이 눈에 띕니다. 일기는 이튿날부터 배웅하러 온 사람들과의 송별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가게로 일기(蜻蛉日記)』에는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日あしければ、かどでばかり法性寺のへにして」. 날이 좋지 않아 가도데만 해 두었다는 뜻으로, 사전이 "좋은 날을 골라 임시로 집을 나서는 일"의 용례로 드는 문장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

떠나는 날을 고르고, 첫걸음을 좋은 날에 맞춰 두려는 마음. 가도데는 여행의 시작을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의 풍습이었습니다. 지금도 "새로운 출발"을 가도데라고 부르는 말이 일본어에 남아 있습니다.

운길 나침반의 "출발하기 좋은 날" 달력도 떠나는 날을 고르는 도구입니다. 다만 계산 방식은 다릅니다. 가도데는 헤이안 시대의 풍습이고, 운길 나침반은 후대에 정리된 구성기학의 방식으로 날마다 방향의 좋고 나쁨을 계산합니다.

참고 자료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레퍼런스 협동 데이터베이스, "『土佐日記』や『更級日記』にある「門出」の意味" — crd.ndl.go.jp
  • 門出 항목(デジタル大辞泉·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更級日記』·『蜻蛉日記』 용례 수록) — kotobank.jp
  • 『土佐日記』 첫머리, 『更級日記』 첫머리 — 원문 인용은 두 작품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음 이야기 · 약 3분
달력에 일기를 쓴 사람 길흉이 빼곡히 적힌 달력의 빈칸에, 천 년 전의 권력자는 날마다 일기를 썼습니다.

이야기 전체

  1. 겐지 이야기 속 방향이 막힌 밤
  2. 마쿠라노소시의 대접 없는 집
  3. 방위신이 도는 달력
  4. 절분 밤의 방위위
  5. 문을 닫고 머문 날, 모노이미
  6. 떠나는 날을 고르다, 가도데 지금 읽은 이야기
  7. 달력에 일기를 쓴 사람
  8. 좋은 방향으로 가던 설날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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