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지 이야기 속 방향이 막힌 밤
천 년 전 소설 『겐지 이야기』에는 '오늘 밤은 이쪽 방향이 막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주인공이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방위위(方違え)가 헤이안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어떤 장면인가요?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는 11세기 초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장편 소설입니다. 그 둘째 권 「하하키기(帚木)」에서 젊은 겐지는 오랜만에 처가인 좌대신의 저택에 와 있습니다. 날이 저물 무렵, 곁에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아룁니다.
「今宵、中神、内裏よりは塞がりてはべりけり」
오늘 밤은 나카가미(中神)가 궁궐에서 이쪽 방향을 막고 있습니다.
나카가미는 천일신(天一神)이라는 방위신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신이 머무는 방향은 "막혔다(塞がり)"고 해서, 그쪽으로 가거나 그쪽에서 밤을 보내는 일을 삼갔습니다. 궁궐에서 볼 때 좌대신의 저택이 바로 그 방향에 있었던 것입니다.
"어디로 방향을 바꾸나"
겐지는 "그렇지, 늘 삼가는 방향이었지" 하고 수긍합니다. 그런데 자기 집인 니조인(二条院)도 같은 방향이라 그리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몸도 나른하던 겐지는 "어디로 방향을 바꾸나" 하며 그냥 누워 버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러시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때 한 사람이 묵을 곳을 떠올립니다. 겐지를 가까이 모시는 기이노카미(紀伊守)의 집이 나카가와(中川) 근처에 있는데, 요즘 뜰에 물을 끌어들여 그늘이 시원하다는 것입니다. 겐지는 좋다고 하며, 수레를 탄 채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손님을 맞은 집
맞이하는 쪽은 난처했습니다. 기이노카미는 분부를 받들면서도 물러나서는 걱정을 합니다. 마침 아버지 이요노카미(伊予守) 집안에 삼가야 할 일이 있어 그 집 여인들이 자기 집으로 옮겨 와 있었고, 집이 비좁아 실례가 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다"는 하소연은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겐지는 좌대신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가까운 이들만 데리고 조용히 길을 나섭니다. 도착한 집은 본채 동쪽을 급히 치워 임시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소설은 그 밤의 풍경을 이렇게 그립니다.
- 뜰에는 물길을 내어 운치 있게 꾸몄고, 시골집 같은 섶 울타리를 둘렀습니다.
- 바람이 시원하고, 어디선가 벌레 소리가 들리고, 반딧불이 어지러이 날아다닙니다.
- 따라온 사람들은 샘이 솟는 곳을 내려다보며 술을 마시고, 주인은 안주를 마련하느라 바삐 돌아다닙니다.
이 집에서 겐지는 우쓰세미(空蝉)라는 여인을 알게 되고, 이야기는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방향이 막혔다는 말 한마디가 소설의 줄거리를 움직인 셈입니다.
이 장면에서 읽을 수 있는 것
- 방향은 "지금 있는 곳"에서 따졌습니다. 겐지가 궁궐에서 좌대신 저택으로 온 것이 문제였고, 자기 집도 같은 방향이라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향에 있는 제3의 집이 필요했습니다.
- 묵을 곳은 아는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방위위는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손님맞이였습니다. 기이노카미의 난처함이 그 사정을 보여 줍니다.
- 방위위는 드나듦의 구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서술자는 겐지에게 남몰래 방위위하러 갈 곳이 여럿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 귀찮아도 지켰습니다. 겐지는 내키지 않아 하지만 결국 길을 나섭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냥 넘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분해서 읽어야 할 것
『겐지 이야기』는 소설입니다. 이 장면은 실제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그 시대 독자들에게 익숙했던 풍습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 이 장면의 "막힌 방향"은 방위신이 자리를 옮겨 다닌다는 헤이안 시대 음양도의 관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오늘날의 구성기학은 훨씬 후대에 정리된 체계이고 계산법도 다릅니다. 운길 나침반은 방위신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다만 권할 방향이 없을 때 여행지를 억지로 고르지 않고 쉬어 가는 때라고 안내하는 태도는, 막힌 방향을 삼가던 옛사람들의 마음가짐과 닮아 있습니다.
참고 자료
- 『源氏物語』 「帚木」 — 원문 인용은 이 권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문과 현대 일본어 풀이: roudokus.com 源氏物語 帚木 12
- 方違え 항목(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世界大百科事典·デジタル大辞泉) — kotobank.jp
- 천일신(나카가미)의 주기는 방위신이 도는 달력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야기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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