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일기를 쓴 사람
헤이안 시대의 달력에는 날마다 그날의 길흉이 한자로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달력의 빈칸에 일기를 썼습니다. 후지와라노 미치나가가 직접 쓴 일기가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길흉이 빼곡한 달력
헤이안 시대 조정에는 음양료(陰陽寮)라는 관청이 있었고, 여기서 해마다 달력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달력을 구주력(具注暦, ぐちゅうれき)이라고 합니다. 그날의 길흉을 따지는 데 쓰는 여러 주석, 곧 역주(暦注)가 "자세히 갖추어 적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 글자는 모두 한자입니다.
- 윗단에는 날짜와 간지 같은 기본 항목이, 가운데에는 절기가, 아랫단에는 그 밖의 역주가 적혔습니다.
- 어느 방향에 어떤 방위신이 있는지도 이런 역주로 달력에 실렸습니다. → 방위신이 도는 달력
방향이 막혔는지, 오늘 머물러야 하는지를 알려면 먼저 달력을 펴야 했던 것입니다.
달력의 빈칸에 쓴 일기
이 달력에는 또 하나의 쓰임이 있었습니다. 날짜 사이의 빈자리에 그날 있었던 일을 적는 것입니다. 구주력에 일기를 쓰는 습관은 나라 시대부터 있었고, 헤이안 시대에는 일기를 쓸 수 있도록 여백이 더 넓어졌다고 합니다.
그날의 길흉이 미리 적혀 있는 바로 옆에, 그날 실제로 한 일이 붓으로 적힙니다. 달력이 곧 일기장이었습니다.
천 년을 건너온 일기
이렇게 쓴 일기 가운데 가장 이름난 것이 『미도칸파쿠키(御堂関白記)』입니다. 헤이안 중기의 권력자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가 쓴 일기로, 998년부터 1021년 사이의 기록이 전합니다.
- 구주력에 쓴 일기입니다.
- 미치나가가 직접 쓴 자필본 14권이 교토의 요메이 문고(陽明文庫)에 전합니다.
-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습니다.
『겐지 이야기』가 쓰이던 바로 그 시대에, 그 시대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날마다 달력을 펴고 그 옆에 하루를 적었습니다. 소설 속 겐지가 "오늘 밤은 방향이 막혔다"는 말을 듣던 세계는, 이런 달력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세계였습니다. → 겐지 이야기 속 방향이 막힌 밤
그 뒤의 달력
구주력은 가마쿠라 시대 후반에 가나로 쓴 달력이 나오면서 차츰 밀려났지만, 공식 달력으로는 오래 존중받았습니다. 날과 방향의 길흉을 달력에서 찾아보는 습관은 그 뒤로도 이어져, 오늘날 일본의 달력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운길 나침반이 날짜마다 방향을 다시 계산해 "출발하기 좋은 날" 달력으로 보여 드리는 것도 달력으로 때를 읽는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다만 구주력의 역주와 구성기학의 계산은 서로 다른 체계입니다.
참고 자료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日本の暦」 — ndl.go.jp/koyomi
- 일본어 위키백과 「具注暦」, 「御堂関白記」 — 구주력의 구성과 일기 관습, 미치나가 일기의 연대·자필본·국보 지정·세계기록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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